작성일 : 2026-04-08 14:30
이 칼럼은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 전반의 공약 이행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논평입니다. /편집자주
4월의 햇살이 금산 거리를 데우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정치인들의 계절도 함께 찾아온다. 머지않아 우리 집 우편함에는 화려한 색채와 환한 미소가 담긴 선거 공보물들이 하나둘 쌓일 것이다. 저마다 금산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군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약속들이 찬란하게 나열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4년 전, 그 찬란했던 약속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치인의 진심은 당선 전의 웅변이 아니라, 당선 후의 발걸음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몇 해 전 선거에서 우리 금산의 유권자들은 ‘교육과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의 말에 가슴이 설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할 파격적인 장학금 공약,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 조성 약속, 생활을 편리하게 이어줄 각종 인프라 계획이 공보물 속 조감도 위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그렇다면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졌는가.
공보물 속 조감도는 아직도 종이 위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청소년을 위해 확충하겠다던 체육 공간은 오히려 군민의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는가. 지역 사회가 오랜 시간 공들여 일궈온 자생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정치적 잣대 앞에 아무런 대안 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대안 없는 파괴는 행정이 아니다. 그것은 군민의 삶을 볼모 삼는 무책임이다.
더욱 씁쓸한 것은 공약의 우선순위가 군민의 필요가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사정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4년 전에는 모든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편적 교육 복지를 외쳤던 이가, 정작 자신의 가족 상황이 달라지자 그 약속은 뒤로 밀어두고 방향을 바꾸려는 것은 아닌지 유권자들은 예리하게 살펴봐야 한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새로운 약속들, 특정 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단기 정책들은 오히려 4년의 공백을 메우려는 '매표의 향기'를 풍길 수 있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수많은 약속 중 한두 가지 성과를 방패 삼아 나머지 공약의 불이행을 덮으려 할 때, 혹은 군민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이 자신을 보좌하는 이들을 뒤에서 비하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다는 소리가 들릴 때 그 순간부터 군민을 향한 웃음은 진심이 아닐 수 있다.
공보물은 광고지가 아니다. 그것은 주권자인 군민과 맺는 엄중한 정치적 계약서다.
계약을 어긴 사람에게 다시 서명을 맡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번 6월 3일, 우리가 다시 펼쳐 들 공보물 뒤편에는 반드시 지난 4년의 ‘이행 성적표’가 나란히 놓여야 한다. 새로운 약속의 달콤함에 앞서, 먼저 지난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를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지역 사회의 풀뿌리 활동에 귀를 기울였는지, 군민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권한을 공익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35년간 금산의 이야기를 기록해 온 이 지면이 이 물음을 던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언론의 역할은 권력의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공약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꾼'과 '일꾼'을 가리는 것은 결국 우리 금산 군민의 몫이다. 약속은 지켜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고, 정치는 군민의 삶이 나아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깨어있는 금산 군민의 눈은, 어떤 화려한 공보물도 영원히 속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