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그대가 사는 세상

작성일 : 2023-02-21 14:14 수정일 : 2023-02-21 14:15

금산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김선주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던 어느 날이었다. 외로움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친구를 운명적으로 만난 날을 기억한다. 그가 사는 세상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흐리고 쌀쌀한데 왜 이렇게 다를까. 피곤한 몸을 기대면 땀을 식혀 줄 나무가 많고, 시냇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그의 세상을 엿보니 나도 거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온기가 느껴지는 말, 긍정적인 마음을 닮고 싶었던 나는 이렇게 물었다. “친구야. 나 네가 살고 있는 세상에 들어가도 될까?”

 

사람들은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세상에서 산다. 함박눈이 거침없이 흩날리는 겨울에 사는 사람, 갑작스럽게 태풍이 와버린 여름에 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다시 오게 될 맑은 날을 기다릴 것이다. 싱그러운 꽃향기를 내며 봄에 사는 사람, 익은 과일을 성실히 따내며 가을에 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행복이라는 이불을 덮고 단잠을 잔다. 그렇게 각자 다른 세상에서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살다가 누군가의 세상을 볼 때가 있다. 그가 사는 세상이 안락하고 평화롭다면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 누구도 성난 짐승들이 노려보거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서는 “운명으로든 자신의 죄나 실수로든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설사 바르지 못한 것이라 해도 자기 처지가 스스로에게 선하고 정당해 보이도록 인생관을 만들어낸다.” 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부도덕한 세계관을 가지고 사는 자는 자신의 부도덕함을 당연시한다. 그러한 인간들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못하고, 틀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정직한 사람은 그 부도덕을 참아내지 못하지만, 거짓말로 남을 해치는 사람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또 악한 행동에 동조하다 보면 악이 가득한 세상을 퍼트리게 된다.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긴 세상을 넓혀간다.

 

그러하기에 암흑 가운데서 돈을 주고 “나를 찍어달라.”고 하는 후보자들에게 정직한 사람들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러나 몰래 주위를 살펴보다가 돈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 사람은 뒤틀린 욕망으로 범벅된 후보자의 세상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곳에는 인내와 성실함이라고는 없고, 거짓과 탐욕만이 가득하다. 굶은 이리떼와 하이에나가 득실대는 세상의 사람들은 그렇게 똑같이 캄캄한 우주를 더 크게 빚어낸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도덕이 메말라 척박해진 땅에 사는 하이에나는 이웃들만 골라서 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할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날 밤, 선거에 나올 후보자가 은밀하게 다가와서 “이건 비밀입니다. 제가 올해 3월 8일에 하게 되는 농협조합장선거에 나가는데 말이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돈을 줄테니 저를 선택해주세요.” 라며 말할 때 우리는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대가 사는 세상에 제가 성난 들개들을 풀어 놓고 싶군요. 당신은 내가 주는 돈을 받을 것 같고, 그렇게 좋은 사람 같지 않아요.”

 

하지만 마음이 청결한 시민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소중히 가꾼 정원에 이리떼들을 들여놓지 마라. 너는 나의 정직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들어올 자격이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