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기회를 놓친 소극행정, 인사 쇄신이 답이다

작성일 : 2025-12-24 18:18 수정일 : 2025-12-25 09:07

▲금산진악신문(주) 이지량 발행인

기획 역량 중심 보직 개편, 실행력 확보해야

 

금산군이 충남도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금산군 행정 전반에 고착된 소극행정과 인사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례다.

 

허창덕 부군수는 지난 15일 농어촌 기본소득 미신청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사업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재정 부담과 제도 지속성, 군 실정을 고려해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설명은 소극행정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검토는 충분히 했다는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군비 부담 가능성을 주요 이유로 들었지만, 농어촌 기본소득은 중앙정부의 시범사업으로 대부분의 시·군이 같은 상황의 재정적 고민을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더구나 금산군은 조정이나 조건부 참여라는 선택지조차 검토하지 않았다. 신중함이라기 보다 회피에 가까운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 그 자체가 아니라, 소극행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적 변화다. 그 변화 없이는 다음 정책 기회 앞에서도 같은 선택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웃 보은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대응책으로 군민 1인당 60만 원의 민생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경쟁에서 졌지만 후속 대안을 마련한 보은군과,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출발선에 발조차 들이지 않았던 금산군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새로운 정책,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늘 비슷한 결론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인적 구조의 문제다. 지금 금산군 인사 구조에는 정책 기획력과 전략적 판단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핵심 간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행정의 방향은 결국 간부가 결정한다. 핵심 간부들이 변화를 설계하고 책임질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 공무원에게 적극행정을 요구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소극행정은 말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 회피를 반복하는 간부 인적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인사 시스템을 통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소극행정 구조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늘 같다. 하지 않는 것, 신청하지 않는 것,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

 

그러나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군민이 치른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정책 기회 앞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면, 금산군은 스스로 경쟁력을 낮추는 선택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인사 이야기를 피해선 안 된다. 함량 미달의 핵심 간부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행정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정책 역량과 책임성을 기준으로 한 인사 혁신이다.

 

전략·기획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전면에 세우고, 도전한 경험이 인사에서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관리하기는 커녕 아예 시도 자체를 꺼리는 무능한 간부는 더 이상 핵심 보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사가 바뀌지 않으면 행정은 바뀌지 않는다. 금산군이 소극행정의 고리를 끊고자 한다면, 더 늦기 전에 핵심 간부 인사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지금 금산군 행정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