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1-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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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3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 개최 |
충남도의회 행정문화위 행정사무감사서 터널 12개에서 재난방송 제대로 송출되지 않는 상태 지적
“터널 안에서 방송이 안 나온다고요?”
충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나온 한 의원의 발언이 회의장을 무겁게 만들었다. 충남도가 관리 중인 터널 27개 가운데 12개(44%)에서 재난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난방송은 터널 내 사고 발생 시 대피와 구조를 안내하는 ‘생명선’과도 같은 장비다.
생사를 가르는 3분, 그러나 ‘무음 터널’ 12곳
주진하 도의원은 6일 감사 자리에서 “터널은 밀폐되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화재나 추돌사고 발생 시 단 3분이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이라며 “시각 안내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재난방송은 유일한 대피 수단인데, 절반 가까운 터널이 무용지물 상태라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회성 고장이 아니라 정기 점검 부실과 관리 소홀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재난방송 설비는 법적으로 의무 설치·관리 대상임에도, 고장 후 방치되거나 수신 장애 구간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고 있다. 터널에서 발생하는 작은 사고조차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안전시스템 붕괴’나 다름없다.
도민들의 우려는 크다. “대피 안내 하나 들리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터널을 지나야 하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의회는 충남도에 모든 터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장비 보강, 예산 반영 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시스템은 멈췄는데, 사람들은 달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다음 날인 7일, 충남도청에서는 ‘제63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성호선 소방본부장, 의용소방대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충남소방의 헌신”이 강조됐다.
이날 정부 훈장과 대통령·총리·장관 표창이 15명에게 수여됐고, 이봉주 전 마라톤선수와 박장순 NH농협은행 본부장이 ‘명예소방관’으로 위촉됐다. 소방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지만, 그 노랫소리가 멈춘 재난방송의 침묵과 겹치며 묘한 울림을 남겼다.
‘안전’은 장비가 아닌 시스템의 신뢰
충남은 매년 각종 재난과 사고를 겪으며 안전 인프라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장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현장의 소방 인력이 헌신해도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터널과 같은 밀폐 공간에서는 ‘초기 안내’가 생사를 가르기 때문에, 재난방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법적·도덕적 의무다.
전문가들은 “현장 대응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으면 구조의 골든타임을 잃는다”며 “정기 점검과 예산 확보를 포함한 안전관리 체계의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념식보다 필요한 건 점검표”
충남소방은 ‘예방-대응-회복’의 전 단계를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헌신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들이 뛰어드는 현장이 작동하는 시스템 위에 있어야 한다. 충남의 터널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재난방송이 들리지 않는다면, ‘안전 충남’이라는 구호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문장이다.
/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공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