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동안 간직한 꿈! 단, 9개월 만에 이뤄내다

작성일 : 2021-09-25 17:08 작성자 : 편집국장 최영준 (yjlee2041@nate.com)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증명서를 들고 있는 박범수 사장

 

'진짜루 우리식당' 박범수 사장, 하루 3시간 자면서 중·고 검정고시 모두 합격

검정고시란 학교의 입학 자격 또는 특정한 자격에 필요한 지식·학력·기술의 유무를 검정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험이다. 초졸·중졸·고졸 등의 검정고시가 있으며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는 1년 2회 4월과 8월에 시험을 볼 수 있다.

 

중졸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필수 과목과 도덕, 기술 가정, 체육, 음악, 미술 5개의 선택과목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고졸의 경우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한 가지 더 추가되며 선택과목은 중졸과 마찬가지로 5개 중 1개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환갑(還甲)의 나이로 검정고시를 준비, 9개월 만에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한 우리 식당 박범수 사장님을 만났다.

 

진산면 만악리 국민학교를 졸업한 박범수 사장은 1960년(쥐띠) 생으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과 동생들을 위해 기꺼이 국민(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1975년 15세 때부터 중국집 배달원을 시작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오토바이가 없어 한쪽 손에는 중국집 배달 가방을 들고 한쪽 손으로는 자전거를 운전하며 시작한 배달원 일. 추운 겨울과 비가 오는 날에도 우비하나 없어 옷이 젖어도 배달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힘든 사회경험을 하던 그에게도 꿈이 하나 있었다.

 

배달을 하며 언젠가는 요리도 배워 금산에서 가장 멋진 중국집을 하나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박 사장. 박 사장은 현재 금산읍 비호로 94번지에 ‘진짜루 우리식당’ 중식당을 직접 운영 중에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안심식당으로 인정받았다.(안심식당은 ‘덜어먹기 가능한 도구 비치·제공’,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는 곳으로 소재지 지자체의 인증을 받은 음식점이다)

 

고된 나날을 꿋꿋이 버텨오던 1980년 즈음 박범수 사장은 88오토바이를 구입해 금산에서 제일 먼저 오토바이로 배달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듬해인 1981년 21세가 된 박 사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 요리까지 직접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조금씩 꿈을 키우던 중 그 꿈을 이루는 날이 다가왔다. 1985년 박 사장이 25세가 되던 때 지금까지 35년 동안 삶의 반려자인 허금임 씨(61년생)를 아내로 맞았고 1년 뒤인 1986년 박 씨가 26세가 되던 해 본인의 중국집을 개업했다.

그 중국집이 지금까지 부인 허 씨와 함께 현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진짜루 우리식당' 이다.

꿈을 이룬 그에게도 마음 한쪽에는 또 한 가지의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초등학교 밖에 졸업을 못한 것. 어려운 가정 형편과 동생들을 위해 기꺼이 단념한 교육과의 단절. 교육의 꿈이 슬금슬금 그의 마음에 다가왔다.

 

2020년 12월 겨울 즈음 박범수 사장은 과거의 아픔을 뒤로하고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쉬움을 검정고시로 풀고 싶었다.

 

박범수 사장은 “배움이 짧다 보니 모든 것에 보는 시선이 남들보다 부족한 것 같다”며 “자식농사를 다 짓고 나면 배움을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이렇게 검정고시 도전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중식당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직접 밭에서 재배하며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짜루 우리식당을 운영하고 식당을 마치면 곧바로 검정고시 공부를 배우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교습소로 향했다.

 

박 사장이 선택한 교습소는 ‘김 선생 수학’ 교습소. 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이곳은 한양대 법대 출신 김종관 대표(에듀윌 공인중개사 전문강사 역임)가 운영하는 곳이다.

 

박 사장은 김 선생 수학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김종관 대표는 동네 후배지만 인성으로 성품이 높은 사람이다”며 “김 대표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 2년 동안 김 대표는 부인과 함께 요양원에서 먹고 자며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을 보고 후배지만 이렇게 인성을 갖춰진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이 둘은 포지션이 바뀌어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이어갔다. 박 씨는 알파벳 하나 몰랐었고 글도 읽기 어려워 공부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형님 공부에는 다 방법이 있어요”라며 “두려워하지 말고 제가 하자는 데로 따라만 오세요.”라고 전했고 이 둘은 서로 ‘믿음’이라는 의지로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스승과 제자의 깊은 믿음이 통했던 것인가? 필수 과목 중 수학을 95점, 선택과목 중 도덕 96점 등 상당한 고득점을 따내며 박 씨는 2021년 4월 공부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81.83점으로 중졸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교육을 받고 돌아온 박 씨는 새벽 1시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고작 하루에 3시간만 수면을 해가며 이룬 값진 선물이었다.

 

그러나 몸을 너무 혹사 시켰던 것인지 박 씨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원래 가지고 있던 허리 디스크가 더욱더 심해진 것이다. 그러나 박 씨는 가족은 물론 아무도 모르게 복대를 착용하며 허리 디스크를 숨기고 같은 해 8월 고졸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김 선생 수학 김 대표는 “시험이 다 끝나고 합격을 축하해 주는 상황에서 허리 디스크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심한 고통을 참고 혼자 견뎌내며 합격한 형님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박범수 사장은 허금임 씨와의 사이에서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검정고시를 합격하시고 대학을 도전해 대학교를 합격하신다면 전액 학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또한, 반려자인 허 씨는 25세 때 박 씨와 결혼해 8만 원 셋방살이부터 시작했지만 박 씨에게 잔소리 한번 안 했고 박 씨의 아픔을 헤아려 박 씨와 함께 있을 때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영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박범수 사장은 자녀들과 부인 허 씨의 묵묵한 서포터를 받은 것이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박 사장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그 목표는 바로 대학 입학과 대학 캠퍼스를 밟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학과는 조경, 사회복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박 사장은 금산을 소개하는 가이드 봉사와 인삼을 소개하는 금산을 홍보 및 소개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박범수 사장은 금산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주기적으로 반찬봉사를 하고 있으며 취미생활로는 색소폰 연주와 테니스(30년 경력)를 즐겨 하고 있다.

 

박 사장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희망과 도전이 셈 솟았다. 박범수 사장의 두 번째, 세 번째 도전도 응원하며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희망과 도전, 열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금산진악신문 편집국장 최영준>

박범수 사장과 그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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