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5-28 15:12 수정일 : 2025-05-28 17:54
“눈 덮인 들판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이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나니.”
김구 선생이 평생 삼았다는 좌우명이다. 나의 언행은 곧 누군가의 길이 될 수 있음이니, 매사 가벼움을 덜어내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가르침은 사회적 리더가 실천해야 할 가장 우선의 가치로 꼽힌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덕목이 아닌지 되새겨야 한다.
최근 금산 부군수의 처신과 자세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의견수렴 없는 일방통행 지시, 부서장과의 잦은 불협화음, 현실을 외면한 근무수칙 요구, 직원 해외연수 축소, 인사 시스템의 지나친 관여 등 내부갈등의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다양한 의견이 배제되고 비합리적인 결정이 반복되면서 조직은 크게 위축되고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의 폐단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폐쇄적이고 극단적이다.
제도적으로 부군수의 임명권은 기초단체장인 군수가 가진다. 하지만 주요 정책에 대해 충남도의 지침, 예산, 감사 등을 받다 보니 자율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기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다. 부군수 임명이 제도와 관행이라는 틀에서 표류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부군수 자리를 상급기관에 내줘야 하는 상황은 지나치게 모순적이다.
금산군의 입장에서도 자체 승진의 길이 트여야 말단 공무원까지 승진의 기회가 확대되는데, 상대적 기회는 좁아지니 인사권 침해의 논란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퇴직을 1~2년 남겨 놓은 인물이 내려오거나, 또는 행정 경험을 쌓는 순환 인사의 머무름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낙하산 자리가 과연 주민들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까?
대부분 2년 안쪽으로 머물다 떠나는 부군수를 두고 혈세(2025년 금산부군수 업무추진비 5,230만 원, 직무수행경비 720만 원)만 축내는 부정의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업무추진비는 특수시책 사업과 투자 유치를 위해 쓰여져야 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밥값이나 다른 목적으로 소진된다는 여론은 군민들로부터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금산군 홈페이지에서 부군수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에 대한 현황 파악에도 모자란 짧은 재직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집중할 수 있겠는가. 군수의 행정보좌라는 미명 아래 지역 실정과 무관한 결정을 하거나 조직의 분란을 초래할 수 있는 지시로 혼란을 자초해온 사례가 부지기수라면 위로할 방법이 없다.
정책의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불리하더라도, 재임기간 동안 고위 공직자로서 책무를 다했다면 당연히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급기관에서 내려왔다는 이유로 지역 역량을 무시하고 권위를 내세우며 부적절한 지시를 남발하게 되면 조직의 신뢰는 땅에 닿는다.
지시 중심이 아닌 책임 중심의 리더십이 절대 필요하다. 인사 개입 등에 있어 상급자의 재량이 최소화되는 구조도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시스템에 대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요즘 금산군 공직 내부에서는 ‘멍부’라는 단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함’을 줄인 말이다. 멀쩡한 일을 애써 건드려 망치는 대부분의 무능력한 상사들이 이러한 유형에 속하고, ‘조직의 윗선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유형’을 뜻한다고 한다. 걸어온 길이 부끄럽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